블룸버그가 본 로봇 아이돌 — K팝의 다음 진화
왜 지금 로봇 아이돌인가 — 1,130억 달러 산업의 다음 수
K팝에서 드라마와 영화까지, 한국의 문화 콘텐츠 수출은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블룸버그는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얹었다. AI가 전 세계 산업을 재편하는 지금, 그 다음 진화는 무엇인가. 한 업계는 '로봇 아이돌'이 그 답이 될 수 있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제시한 배경 숫자는 이렇다. 음악·영화·게임을 포함한 한국 문화 산업은 지난해 1,130억 달러가 넘는 매출과 15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기록했다. 고용 인원은 약 69만 명으로, 한국 경제의 상징으로 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들의 인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한국 시장을 주목받게 만든 만큼, K팝 그룹과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도 같은 일을 해냈다는 뜻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경쟁도 심해졌다. 블룸버그는 그 압력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더 실험적이고 야심 찬 방향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봤고, 기존 K팝 시스템을 흔들려는 스타트업의 사례로 갤럭시코퍼레이션을 지목했다. AI 캐릭터와 실물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을 결합해, 인간 퍼포머의 한계 없이 콘텐츠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다만 회사가 강조하는 전제는 분명하다. 사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IP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 지드래곤·태민·김종국·송강호·이정후 등 8인의 아티스트가 갤럭시와 함께 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봇은 이들을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이들의 IP가 설 수 있는 또 하나의 몸이다.
3년 연습생 과정 없이 데뷔할 수 있는가
“로봇은 모든 걸 한 번에 학습해서 바로 사람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한두 달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죠. 학습이 끝나면 다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로봇 연습생을 곧바로 뉴욕에서 데뷔시킬 수도 있습니다. 3년, 5년, 10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 없습니다.”— 최용호 대표
K팝 산업의 원가 구조는 연습생 시스템 위에 서 있다. 데뷔까지 3년에서 10년, 그 사이의 훈련·숙소·트레이닝 비용은 전부 데뷔 이전에 지출된다. 로봇 아이돌이 흔드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학습이 한 번으로 끝나고 복제된다면, 준비 기간은 매몰비용이 아니라 배포 문제가 된다. 뉴욕 데뷔라는 표현도 수사가 아니다. 무대가 어디에 있든 학습된 퍼포먼스는 그대로 이동한다.
학습된 동작이 실제 무대에서 통하는지는 물론 별개의 문제다. 다개체 동기화와 균형 제어, 리듬 추종이 한꺼번에 걸리는 K팝 군무는 휴머노이드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갤럭시가 실험실 데모가 아니라 유료 관객 앞의 상설 공연을 택한 이유도 이 검증 때문이다.
그 검증 무대가 서울의 갤럭시 로봇파크다. 50여 종의 로봇을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며, 회사는 두바이를 포함한 다른 도시에도 로봇 테마파크를 여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드웨어에서는 중국 최초의 상장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Unitree)와 협력한다. 최 대표가 설명하는 분업은 명확하다.
“로봇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더라도, 한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함께 글로벌로 나아간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셀럽의 스페셜 에디션을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오면서 로봇은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용호 대표
몸은 만들어 오고, 성격은 입힌다. 휴머노이드를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갤럭시의 관점에서 보면 이 분업은 외주가 아니라 레이어 분리다. 하드웨어는 상품화되고, 차별화는 그 위에 올라가는 캐릭터·의상·감정 표현에서 발생한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가이드라인 — 무엇이 남았는가
“AI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다소 아쉬운 점은 그 발전 속도에 맞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제법이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든, 보안 프레임워크든 말이죠. 피지컬 AI에서도 같은 물결이 오고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로봇이 우리 삶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용호 대표
규제를 요구하는 쪽이 규제 대상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발언은 눈여겨볼 만하다. 논거는 소프트웨어 AI가 지나온 순서에 있다. 생성형 AI는 저작권과 프라이버시, 오남용 문제를 제품이 이미 확산된 뒤에야 다루기 시작했다. 피지컬 AI는 조건이 다르다. 로봇은 물리적 힘을 가지고 사람과 같은 공간에 서 있다. 사후 대응의 비용이 화면 안에서와 같을 수 없다.
최 대표가 제네바 UN 'AI for Good' 서밋에서 “AI의 미래는 소울”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 옆에 있을 때의 태도를 먼저 정하자는 제안이다. 갤럭시가 이런 로봇의 첫 실제 활용 사례를 만들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 제안은 관찰이 아니라 자기 규율에 가깝다.
블룸버그는 자본시장 일정도 함께 전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로는 처음으로 해외 상장이 될 수 있는 절차를 준비 중이며, 내년 말 상장을 목표로 올해 중 해외 프리 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상장 검토의 배경과 진행 상황, 리스크 요인은 Nasdaq IPO FAQ에 정리돼 있다.
리포트는 하나의 질문으로 끝난다. 갤럭시의 상장은 차세대 엔터테인먼트가 스타를 '발굴'하는 것인지 '코딩'하는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회사의 답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발굴한 IP에 코딩된 몸을 주는 것 — 지금까지 갤럭시가 해온 일은 그 문장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