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대신 무대를 지었다
왜 공장이 아니라 무대였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 갈 곳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지목한 장소는 공장이었다. 정해진 동선을 반복하고, 성과가 생산성으로 환산되며, 실패해도 관객이 없는 곳. 로봇에게는 가장 안전한 데뷔 무대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반대편을 택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의 약 16,500㎡(5,000평) 부지에 세운 것은 생산 시설이 아니라 객석이 있는 공간이었다. 무대는 공장보다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여러 대가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음악의 박자에 붙어야 하고, 한 대의 오차가 대형 전체를 무너뜨리며, 무엇보다 재시도가 없다.
그럼에도 무대를 택한 이유는 검증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장의 휴머노이드가 생산성으로 평가받는다면, 무대의 휴머노이드는 객석의 반응으로 평가받는다. 후자는 기술이 사람에게 받아들여졌는지를 그 자리에서, 표를 산 사람의 얼굴로 확인시켜 준다. 이 선택의 산업적 배경은 피지컬 AI 산업 지형과 갤럭시의 자리에서 다룬다.
5월 15일, 증거는 무대에서 먼저 나왔다
2026년 5월 15일, 갤럭시 로봇파크의 첫 공개 무대가 열렸다. 협업의 결과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관객 앞에서 먼저 공개됐다.
그날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G-DRAGON의 무대 의상에서 따온 옷을 입고 'HOME SWEET HOME'과 태민의 'Advice', 'Idea'에 맞춰 군무를 췄다. 해외 매체가 이 장면을 반복해서 실은 이유는 하드웨어의 성능 때문이 아니었다. 연구소와 산업 현장을 무대로 삼던 휴머노이드가 K-POP 안무를 소화했다는 사실, 즉 용도가 바뀌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같은 시기 아레나 바깥에는 관람객을 안아주는 허깅 로봇, 로봇 도그, 초상화를 그리는 드로잉 로봇이 배치됐다. 무대 위의 스펙터클과 손이 닿는 거리의 교감을 함께 설계한 구성이다. 피지컬 AI의 핵심을 기술 사양이 아니라 공존의 경험으로 보는 관점이 공간의 배치에 그대로 드러났다.
8,000명이 2만 명이 되기까지
2026년 7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프리오픈이 시작됐다. 예약 개시와 동시에 7월 주말 공연은 전 회차가 매진됐고, 프리오픈 기간 예약 관람객은 약 8,000명으로 집계됐다. 마케팅 물량이 아니라 예약 페이지에 기록된 수요였다.
두 달의 프리오픈이 끝날 무렵 그 숫자는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나 있었다. 정식 개관 전 누적 관람객 2만 명. 좌석이 계속 채워지면서 재방문 의사와 입소문이 매진 주기를 앞당긴 결과다.
정식 개관 전부터 2만 명이 찾았다는 것은 로봇이 산업을 넘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케이팝 다음은 콘텐츠와 피지컬 AI의 결합이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크기가 아니라 성격에 있다. 기술 시연회의 방문객이 아니라 표를 사고 날짜를 정해서 온 관람객이다. 로봇 공연이 무료 구경거리가 아니라 유료 콘텐츠로 성립한다는 뜻이고, 그것도 문을 열기 전에 확인됐다. 수치의 상세는 데이터로 본 갤럭시 로봇파크에서 다룬다.
From Code to Soul — 8월 21일
2026년 8월 21일, 갤럭시 로봇파크가 정식 개관했다. 발표의 주제는 'From Code to Soul'이었다.
개관일 로봇 아레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예나의 '캐치캐치', 빅뱅의 '뱅뱅뱅',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에 맞춰 대규모 군무를 선보였다. 인간 댄서와 로봇이 함께 선 합동 무대에서 로봇이 태권도 돌려차기를 선보이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균형 제어가 가장 어려워지는 동작을, 관객 앞에서, 재시도 없이 수행한 장면이다.
다만 그날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동작의 난이도가 아니었다. 공연에는 서사가 있었다. '외로움의 별'에 홀로 남겨진 로봇 스텔라가 다른 로봇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보며 즐거움과 용기를 되찾는 이야기다. 로봇이 동작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과, 관객이 그 로봇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후자는 안무 데이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간도 그날 전부 열렸다. 신규 로봇 17종이 합류해 로봇이 초상화를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관람객이 로봇을 직접 조종하고 교감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레스토랑·베이커리·카페가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서 약 16,500㎡ 전체가 가동됐다. '보는 로봇'에서 '함께 즐기는 로봇'으로의 이동이었다.
무대는 서울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식 개관 이후 로봇파크는 연간 1,000회 이상의 K-POP 로봇 공연을 상설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 가동되는 공연 인프라로 설계된 숫자다.
매일 반복되는 무대는 그 자체로 실험이기도 하다. 다개체 동기화와 균형 제어, 리듬 추종이 관객 앞에서 검증되고, 관람객이 직접 로봇을 조작하는 체험은 실험실에서 얻기 어려운 실환경 인터랙션 데이터를 만든다. 티켓이 팔리는 동안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다. 그 데이터를 다루는 운영체제는 소울웨어 백서에서 다룬다.
다음 무대의 좌표도 이미 제시돼 있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몰의 두 번째 거점, 미국 내 추가 거점 검토, 그리고 한국에서 학습시킨 공연을 네트워크로 여러 나라의 로봇에 동시 전송하는 로봇 콘서트 월드투어다. 서울 고덕의 5,000평은 종착지가 아니라 첫 번째 무대였던 셈이다.
관람 정보와 운영 안내는 갤럭시 로봇파크 FAQ에서 확인할 수 있다.